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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된 얼굴

1

어린 윤이 자신의 얼굴을 처음으로 물은 것은 일곱 살이 되던 해였다.

그날 부엌에서 어머니는 주전자를 닦고 있었다. 굽은 금속의 표면에 노란 불빛과 찬장의 모서리와 어머니의 손이 길게 늘어져 담겼다. 윤은 그 안에 자기도 있으리라 믿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주전자에는 부엌이 전부 들어 있었다. 윤이 있어야 할 자리만 비어 있었다.

윤은 손가락으로 표면을 문질렀다. 닦이지 않는 얼룩을 지우려는 사람처럼.

"내 얼굴은 어디 있어."

어머니는 행주를 내려놓고 윤 앞에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윤의 뺨을 감쌌다.

"네 얼굴은 여기 있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낮고 분명했다.

"이마가 넓고, 눈초리가 끝에서 조금 내려가 있어.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웃는 것처럼 보인단다. 사람들은 너를 보면 마음을 놓을 거야."

윤은 제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었다. 이마가 있었고, 눈두덩이 있었고, 콧날과 입술이 있었다. 손끝에 닿는 것은 살과 뼈뿐이었다. 넓은 이마도, 내려간 눈초리도, 사람의 마음을 놓게 한다는 그 무엇도 손바닥에는 잡히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머니의 입속에 있었다.

그날 밤 윤은 불 꺼진 창에 비친 방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침대와 옷장과 천장의 등이 유리 속에 잠겨 있었다. 그 방에는 윤만 없었다. 자라는 동안 윤은 물그릇에서도, 비 갠 웅덩이에서도, 지하철의 검은 유리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세계의 매끄러운 표면들은 한결같이 윤을 뺀 나머지를 비췄다. 곁에 선 사람은 비쳤고, 윤만 비치지 않았다.

거울은 멀쩡했다. 비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지니고 살았다. 그 얼굴은 타인의 입에서 조금씩 건너왔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 얼굴에 관한 묘사를 받았고, 말을 배운 뒤에는 서로의 얼굴을 묘사하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는 바른 서술을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다. 교사는 칠판에 세 문장을 썼다.

본 것만 말하라.

본 것을 정확히 말하라.

네 말이 타인의 얼굴에 남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이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얼굴을 묘사했다. 눈썹의 굵기, 입술의 모양, 목을 기울이는 버릇, 웃을 때 접히는 눈가. 교사는 틀린 말보다 가벼운 말을 더 엄하게 다루었다. 사람의 얼굴을 대충 말하는 일은 그 사람을 대충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의 달라진 데를 말해 주었다. 눈가에 주름이 늘었다거나,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거나, 전보다 턱을 더 세우고 걷는다거나. 그렇게 말해 주는 것이 안부였고 정이었다. 연인은 서로의 얼굴을 가장 자주, 가장 자세히 말해 주는 사이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것을 말로 돌려주는 일이었다.

가장 잔인한 일도 거기 있었다. 한 사람을 두고 거짓을 말하면, 그것은 모욕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가진 단 하나의 얼굴을 비틀어 놓는 일이었다. 허위 서술을 금하는 법이 있었고 처벌은 무거웠다.

적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그러했다.

윤은 그 가르침을 오래 믿었다.

2

스물여덟 해가 지나, 윤은 묘사청 제3과의 심사관이 되었다.

묘사청은 시민의 얼굴을 관리했다. 정확히는 얼굴에 관한 말을 관리했다. 시민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묘사증을 발급받았다. 묘사증은 한 사람의 외형과 표정과 몸가짐에 대한 타인들의 서술을 모아 만든 문서였다. 한 장이 발급되려면 정해진 수 이상의 서술자가 있어야 했다. 서술들은 서로 어긋났고, 그 어긋남을 추려 하나의 공식 문장으로 다듬는 것이 심사관의 일이었다.

윤의 책상에는 매일 수십 건의 서술이 올라왔다. 어떤 이의 눈매를 두고 세 사람이 따뜻하다 적고 한 사람이 차갑다 적으면, 윤은 따뜻하다고 결정했다. 다수가 곧 사실이었다. 윤이 다듬은 문장은 그 사람의 묘사증에 올랐다. 그 묘사증은 입학과 취업과 혼인과 재판과 진료와 주거 계약에서 그를 대신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았다. 그런데도 본 것을 곧장 믿지 않았다. 본 것은 흔들렸고 적힌 것은 남았다. 남은 것이 신뢰였다.

갱신은 작은 부스에서 이루어졌다. 시민이 자리에 앉으면 화면에 그를 서술한 사람들의 문장이 차례로 떴다. 심사관은 문장을 견주어 공식 서술을 확정하고 인장을 찍었다. 그날 오전에도 한 노인이 부스에 앉았다. 화면에는 그를 두고 적힌 말들이 올라왔다.

온화한 눈매.

굽은 등.

느린 걸음.

서술자가 일곱이었다. 윤은 문장을 다듬어 묘사증을 갱신했고, 노인은 인장이 찍힌 증명서를 받아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흔한 오전이었다.

윤 자신의 묘사증에는 같은 말이 오래 누적되어 있었다.

인자한 얼굴.

단정한 이목구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인상.

서술자가 바뀌어도 문장은 닮아 있었다. 윤은 가끔 제 증명서를 펼쳐 그 문장들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윤은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했으니 사실일 것이었다. 윤은 그렇게 정리했다.

제3과의 서류 중에는 다른 색 표지를 단 것이 있었다. 모서리에 주의 관찰이라는 인장이 찍힌 묶음이었다. 그런 묶음은 서술란 일부가 이미 채워진 채 들어왔다.

얼굴 윤곽의 불균형.

시선 접촉 시 불쾌감 유발.

입매의 공격적 긴장.

보행 안정성 낮음.

표현은 단정하고 건조했다. 어느 증명서에서나 거의 같았다. 윤은 그 문장들을 옮겨 적었다. 여러 해 동안 그것은 점심시간을 앞둔 단순한 작업이었다.

그날 오후, 주의 관찰 묶음 하나가 윤의 창구로 직접 왔다. 갱신 절차였다. 묘사증은 몇 해마다 새 서술로 갱신되어야 했다. 서류를 들고 온 사람은 도하라는 이름이었다.

도하는 창구 앞에 앉았다. 윤은 고개를 들어 도하의 얼굴을 보았다. 서류에는 얼굴 윤곽의 불균형이라 적혀 있었다. 윤의 눈앞에는 피곤한 얼굴이 있었다. 광대 아래가 꺼져 있었고, 눈 밑이 어두웠고, 입술은 마른 채 다물려 있었다. 불균형이라는 말이 어디에 닿는지 윤은 찾지 못했다.

윤은 오래 이 일을 해 왔다. 서류가 불균형이라 하면, 불균형을 보는 데 익숙했다. 눈은 서류를 따라갔다.

"갱신 서술자가 모자랍니다." 윤이 말했다. "세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세 사람을 어디서 구합니까."

도하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를 똑바로 봐 줄 사람이 셋이나."

윤은 화면 오른쪽 아래의 보정 입력란을 보았다. 심사관은 서술자가 부족한 경우 표준 관찰 어구로 임시 보정할 수 있었다. 지연 처리 건수를 줄이기 위한 절차였다. 윤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추천 문구가 떴다.

입매의 공격적 긴장

윤은 도하의 입술을 다시 보았다. 말라 있었다. 다문 채였다. 윤은 잠시 멈췄다가 문구를 선택했다. 처리 완료 인장이 화면에 찍혔다.

"임시 보정했습니다. 다음 갱신 때 서술자 수를 채우시면 됩니다."

도하는 서류를 접어 들고 일어섰다. 일어서는 동작에서 어깨가 안으로 말려 있었다. 서류에 적힌 그대로, 보행 안정성이 낮아 보였다.

윤은 다음 사람을 불렀다.

3

윤은 제 안에 어떤 얼굴로도 적히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원 열차에서 누군가의 등을 떠밀고 싶은 충동이 솟을 때가 있었다. 가까운 이가 잘되었다는 소식에 명치가 뜨거워지고, 그 열이 축하의 말 뒤에 오래 남을 때가 있었다. 윤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상상을 했고, 그 상상이 선명할수록 더 평온한 얼굴로 서류를 넘겼다. 윤의 안에는 이기심이 있었고 시샘이 있었고 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윤의 묘사증에는 인자한 얼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술자들은 윤의 안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윤의 바깥만 보았고, 바깥을 보고 안을 짐작했다. 인자한 얼굴이니 인자한 사람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윤 앞에서 빨리 안심했다. 항의하러 온 시민도 윤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하면 대부분 목소리를 낮췄다. 동료들은 윤에게 까다로운 민원인을 맡겼다.

"심사관님은 얼굴이 먼저 설득하잖아요."

그 말은 칭찬이었다. 윤은 그 칭찬으로 하루를 편하게 넘겼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얼굴은 권한을 덜 설명해도 되게 했다. 거절은 부드러워졌고, 지연은 납득되었고, 누락은 실수처럼 보였다.

도하가 다녀간 뒤에도 윤은 몇 건의 주의 관찰 서류를 더 처리했다. 추천 문구를 고르고 인장을 찍었다. 한 사람에게는 시선 접촉 시 불쾌감 유발, 다른 사람에게는 방어적 어깨 말림,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음성 억양의 낮은 신뢰도. 윤은 그 얼굴들을 전부 보았지만, 오래 보지는 않았다. 오래 보면 손이 느려졌다.

며칠 뒤 윤은 청사 뒤편 흡연 구역에서 도하를 다시 보았다. 도하는 벽에 등을 대고 담배를 물고 있었다. 윤이 다가가자 도하는 곁눈으로 윤을 살폈다. 윤의 얼굴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당신 같은 얼굴은 편하겠소."

도하가 말했다.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들어가는 방마다 사람들이 미리 마음을 풀고 있을 테니."

윤은 무어라 답하려다 그만두었다.

"나는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소." 도하는 담뱃재를 떨었다. "그런데도 그게 흉하다는 건 알지. 사람들 눈에서 읽으니까. 길에서 누가 나를 보면 한 발 물러서고, 가게에서는 점원이 내 손을 보지 않고 거스름돈을 내려놓소. 그런 걸 매일 받으면, 본 적 없는 얼굴도 흉해지는 법이오."

도하는 잠시 멈추었다.

"나도 내 얼굴이 싫소. 한 번도 못 봤는데 싫소. 그게 이 일의 진짜 무서운 데요."

윤은 도하의 얼굴을 보았다. 꺼진 광대와 어두운 눈 밑과 마른 입술이 거기 있었다. 흉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윤은 그 입술에 며칠 전 자신이 공격적 긴장이라는 말을 붙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도하는 이미 그 문장을 살고 있었다. 윤이 찍은 인장도 그 삶의 일부가 되었다.

"동정은 넣어 두시오." 윤의 표정을 읽은 듯 도하가 말했다. "당신 같은 얼굴이 우리 같은 얼굴을 만든 거요. 누군가 인자해 보이려면, 누군가는 불쾌해 보여야 하니까."

도하는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깨가 안으로 말려 있었다.

윤은 그 어깨를 보았다. 그리고 며칠 전 화면에서 자신이 고른 문장을 보았다. 두 개가 서로를 닮아 있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윤은 알 수 없었다.

4

그 말이 윤의 안에 박혔다.

누군가 인자해 보이려면, 누군가는 불쾌해 보여야 한다.

윤은 그 문장을 업무로 확인하고 싶었다. 주의 관찰 묶음의 서술란은 늘 채워져 들어왔다. 윤은 그 서술이 어디서 오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시민의 서술은 접수창구를 거쳐 심사과로 올라오는 것이 절차였다. 주의 관찰 서류의 문장들은 서로 너무 닮아 있었다. 사람마다 다른 서술자가 적었다면 그렇게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윤은 심사관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부 서고를 뒤졌다. 분류 지침이라는 이름의 칸이 있었다. 평소 윤이 열 일이 없는 칸이었다. 그 안에 접촉 비용 관리 대상군 표준 관찰 어구라는 문서가 있었다.

문서의 첫 장은 짧은 설명으로 시작했다.

사회적 마찰 가능성이 높은 대상군에 대해 일관된 관찰 어휘를 유지한다. 표준 어휘는 시민 간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접촉으로 발생하는 행정·치안 비용을 낮춘다. 서술의 통일성은 신뢰 관리의 핵심 조건이다.

다음 장부터 어구가 분류되어 있었다.

얼굴 윤곽 항목.

불균형. 그늘짐. 긴장된 비대칭.

눈 항목.

시선 회피. 초점 불안정. 접촉 불쾌감.

입 항목.

공격적 긴장. 비협조적 다묾. 조롱성 잔근육.

몸 항목.

방어적 어깨 말림. 보행 안정성 낮음. 접근 시 위협감.

항목마다 사용 빈도와 교체 주기가 표로 적혀 있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면 자연성이 떨어지므로, 주기마다 어구를 바꾸어 누적 서술의 자발성을 유지하라는 주석이 달려 있었다.

이 문장들은 본 것이 아니었다. 누구의 얼굴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이 스스로를 낮고 불쾌한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미리 설계된 문장이었다. 도하의 묘사증에 적힌 문장도 이 표에서 나왔다. 윤이 보정 입력란에서 고른 말도 이 표에서 나왔다.

윤은 문서를 들고 과장의 방으로 갔다.

과장은 문서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윤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네가 그걸 찾았군."

과장의 말투는 나무라지도 변명하지도 않았다.

"처음 보면 불편하지."

"이건 허위 서술입니다." 윤이 말했다.

과장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허위라는 말은 법률 검토를 거치면 복잡해지네. 우리는 개별 얼굴을 조작한다고 쓰지 않아. 대상군의 접촉 비용을 관리한다고 쓰지."

"대상군의 얼굴을 정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하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처음부터 다시 해석할 수는 없어. 사회는 신뢰의 단축 장치로 움직이지. 묘사증은 그 단축 장치 중 하나고."

"그 단축 장치가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과장은 윤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화가 없었다. 피로도 없었다. 오래 정리된 업무 지침을 설명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망가뜨린다는 표현도 검토가 필요하네. 우리는 위험을 배분해. 누가 먼저 경계받아야 하는지 정하고, 누가 먼저 신뢰받아야 하는지 정하지. 자네도 그 배분의 수혜자야."

윤은 말을 멈추었다.

"자네 얼굴은 좋은 자산이야." 과장이 말했다. "민원인이 자네 앞에서 목소리를 낮추는 이유를 모르지 않을 텐데. 그 얼굴은 개인의 성품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네. 기관이 유지해 온 신뢰 구조 위에서 작동하지."

윤은 손에 든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이 문서를 본 사람이 자네가 처음은 아니야." 과장이 덧붙였다.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갔네. 돌아갈 얼굴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돌아가."

마지막 문장이 조용히 방에 놓였다.

윤은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윤의 얼굴도 다시 적힐 수 있었다.

5

윤은 문서를 없애지 않았다. 신고하지도 않았다. 사흘 동안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 출근하면 서랍의 무게가 먼저 느껴졌다. 점심시간에는 손을 씻다가 화장실 거울을 보았다. 타일과 수도꼭지와 등이 유리 속에 잠겼다. 윤이 서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인자한 얼굴이라는 말은 여전히 윤 곁에 있었다. 동료는 윤에게 커피를 건네며 오늘도 민원인 하나를 부드럽게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윤은 웃었다. 웃는 순간 윤은 그 웃음도 누군가의 문장 안에서만 확인될 것임을 알았다.

윤은 도하의 묘사증을 다시 펼쳤다. 갱신 서술은 정지되어 있었다. 윤이 임시 보정한 문장은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입매의 공격적 긴장

윤은 그 문장을 지우려 했다. 시스템은 사유 입력을 요구했다. 사유가 있어야 기록이 바뀌었다. 기록이 바뀌면 감사 흔적이 남았다. 감사 흔적은 윤에게 돌아올 것이고, 윤의 묘사증에도 작은 균열이 생길 수 있었다.

윤은 삭제 버튼 위에 커서를 올려 두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윤은 도하를 찾아갔다. 도하가 사는 구역은 청사에서 멀었다. 골목이 좁았고 창이 낮았다. 윤은 출력한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공식 서술이 아니었다. 시스템에 올리지 않은 비공식 관찰문이었다.

도하는 문을 조금만 열었다. 문틈으로 윤의 얼굴을 보았다. 그 눈에는 경계가 먼저 왔다.

"또 뭐요."

윤은 종이를 내밀었다.

도하는 받지 않았다.

"읽어만 주겠습니다." 윤이 말했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윤은 종이를 펼쳤다.

"광대 아래가 꺼져 있다. 오래 끼니를 거른 사람의 윤곽이다. 눈 밑이 어둡다. 잠을 줄여 온 흔적으로 보인다. 입술은 말라 있고, 말할 때 한쪽으로 조금 당겨진다. 사람을 볼 때 눈을 오래 두지 못하고 거둔다. 여러 해 시선을 받아 온 사람의 버릇이다."

도하는 끝까지 들었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내 얼굴이오?"

윤은 답하지 못했다.

"당신이 지금 본 걸 적은 거겠지." 도하가 말했다. "그전 사람들도 본 걸 적었다고 했소. 흉하다고 말한 사람들도 자기 눈을 믿었을 거요."

"그 문장들은 표에서 나온 겁니다." 윤이 말했다. "당신을 본 사람들이 적은 게 아닙니다. 기관이 미리 정한 말입니다."

도하의 표정이 잠깐 비었다. 그는 종이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 읽는 동안 입술이 조금 떨렸다.

"그걸 안다고." 도하가 말했다. "그걸 안다고 내 어깨가 펴지오?"

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십 평생 이렇게 걸었소. 사람들이 물러서기 전에 내가 먼저 물러섰고, 그 덕에 맞지 않고 산 날도 있소. 흉한 얼굴은 감옥이었지만 갑옷이기도 했단 말이오. 이제 와 그게 표에서 나온 말이라 하면, 나는 감옥도 잃고 갑옷도 잃소."

도하는 종이를 접었다. 돌려주지 않았다.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 말도 믿지는 않소."

"압니다."

"버리지는 않겠소."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에 누구 얼굴을 적을 때는."

도하가 문을 닫기 전 말했다.

"오늘처럼 겁먹은 손으로 적으시오. 손이 겁을 먹어야 사람이 덜 망가질 테니까."

문이 닫혔다.

윤은 한참 복도에 서 있었다.

6

윤은 묘사청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만두면 윤의 자리에 다른 손이 앉을 것이었다. 그 손은 표에서 나온 문장을 더 빠르게 고를 것이었다. 윤은 자리에 남았다.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처럼 보였다. 과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의 묘사증도 아직 바뀌지 않았다.

변한 것은 속도였다.

윤은 추천 문구가 뜰 때마다 바로 누르지 않았다. 화면이 기다리는 동안 시민은 창구 앞에 앉아 있었다. 어떤 이는 초조하게 손톱을 문질렀고, 어떤 이는 윤의 얼굴을 살폈고, 어떤 이는 자신이 어떻게 적힐지 묻지 못한 채 허리를 세웠다.

윤은 그들을 오래 보았다. 오래 볼수록 문장은 늦게 왔다.

어느 날 한 젊은 여자가 창구에 앉았다. 서술자는 넷이었다. 두 사람은 눈매가 차갑다고 적었고, 한 사람은 침착하다고 적었다. 한 사람은 무례해 보인다고 적었다. 시스템은 다수 문장을 추천했다.

차가운 눈매

윤은 여자의 눈을 보았다. 여자는 잠을 설친 사람처럼 눈꺼풀이 무거웠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 전에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 윤이 서류를 넘기는 동안 여자의 손은 가방끈을 세게 쥐고 있었다.

"최근에 서술 오류 이의신청을 한 적이 있습니까?" 윤이 물었다.

여자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세 번 했습니다."

"결과는요."

"모두 기각됐습니다."

윤은 화면을 보았다. 차가운 눈매라는 문장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문장은 여자가 다음 방에 들어설 때 먼저 도착할 것이었다. 면접관에게, 의사에게, 집주인에게, 연인에게. 여자는 자기 눈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그 문장과 함께 앉게 될 것이었다.

윤은 추천 문구를 닫았다.

공식 서술란이 비어 있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윤은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무거웠다. 도하가 주머니에 넣은 종이의 접힌 선이 떠올랐다. 믿어지지도, 버려지지도 않은 한 장.

윤은 천천히 적었다.

질문을 받을 때 대답 전에 짧게 멈춘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으나 공격적 긴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방끈을 강하게 쥐고 있으며, 긴장 상태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습관이 관찰된다.

시스템은 경고를 띄웠다.

표준 어휘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재검토하시겠습니까?

윤은 재검토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창구 앞의 여자가 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윤은 자신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곧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윤을 이렇게 말할지도 몰랐다. 인자한 얼굴이었다고. 불안한 얼굴이었다고. 거짓말을 하려다 멈춘 얼굴이었다고.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한 문장을 고쳐 쓴 얼굴이었다고.

윤은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확정 인장 버튼이 화면 아래에 떠 있었다. 윤은 버튼을 눌렀다.

인장이 찍혔다.

손이 무거웠다.

그 무거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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