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지방정치 — 데이터센터는 누구의 물을 마시는가¶
물, 전선, 허가서¶
서울 금천구 독산동, 2026년 초. 1,1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사장 앞에 주민들이 섰다. 건축허가 취소와 공사 중지가 요구의 핵심이었다.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이 우려의 근거였다. 금천구는 건축허가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음을 재확인하면서, 자체 감사와 민관합동점검단 구성, 외부 전문기관 환경 재검토를 대응책으로 내놨다. 시행사는 반대 운동에 참여한 주민 4명을 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공사는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이 장면의 핵심은 주민의 분노가 아니라 행정 구조다. 허가는 적법했다. 이의가 제기됐고, 구청은 사후 감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입지 결정 이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처음부터 없었다. AI의 냉각수와 주민의 수돗물이 같은 관망에 연결되어 있을 때, 그 관망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절차는 누구에게, 어떻게 열려 있었는가.
AI 인프라의 정치성은 어느 도시의 물과 전기를 누가 먼저 쓸 권리를 갖는가를 결정하는 행정 절차 안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건축허가, 조닝(zoning), 용수 취수 허가, 세제 혜택의 배분 구조가 특정 주체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을 때, 그 설계는 정치적 선택이다.
자원 우선순위의 구조¶
이 글에서 "자원 우선순위"는 물, 전력, 토지 같은 지역의 유한한 자원을 어느 주체가,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먼저 사용하는지를 결정하는 행정적·법적 배분 구조를 가리킨다. 효율이나 필요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 우선순위는 중립적 기술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닝 규정, 허가 절차, 공공 인프라 투자 배분이 특정 주체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될 때, 그 설계는 정치적 판단이다.
대형 수냉식 데이터센터의 경우 하루 수백만 리터의 냉각수를 소비하고 수십에서 수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지속 소비한다. 이 수요는 일반 상업시설보다 높은 전력·냉각 인프라를 요구한다. 그 소비는 지역 수자원·전력망과 직접 연결된다. 그리고 그 연결은 행정이 허가한 것이다.
세 개의 허가, 세 개의 갈등¶
캘리포니아 코첼라(Coachella)에서는 2026년 봄 수백 명의 주민이 시의회 회의장을 채웠다. Stronghold Power Systems가 코첼라 시립 전력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추진하는 최대 450에이커 규모의 단지가 쟁점이었다. 정식 사업 승인과 환경영향평가(EIR)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유틸리티 협약 구조가 먼저 형성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물이었다. 코첼라 밸리는 이미 극심한 열, 대기 오염, 솔턴 시(Salton Sea)의 유독 먼지에 노출된 환경 취약 지역이다. 지역 농민 한 명은 시의회에서 말했다. "누군가가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이곳이 더 부유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제 개발이 아니라 환경 불평등이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신규 사업허가 시 예상 물 사용량을, 갱신 시 연간 물 사용 보고서를 물 공급자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AB 93)을 통과시켰지만,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안이 막힌 것이다.
버지니아 주 루든 카운티(Loudoun County)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다. FY 2026 기준 일반회계 수입의 38%를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담당하며, 주거 재산세율은 10년간 꾸준히 낮아졌다. 그러나 같은 시간,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계획된 165피트 고압 전선이 주거 지역을 통과하는 것에 반발했다. 이들은 버지니아 주 전력위원회(SCC)까지 올라가 항의했다. 루든 카운티 의회는 2025년 3월, 수십 년간 유지하던 데이터센터 자동 승인(by-right) 조닝을 폐지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공개 청문회를 의무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 독산동, 코첼라, 루든 카운티는 서로 다른 도시이며 서로 다른 법 체계 안에 있다. 그러나 세 사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구조는 하나다. 데이터센터 입지는 주민 동의를 구하는 사전 절차 없이 행정 허가, 유틸리티 협약, 사업자 계약을 통해 구조가 먼저 형성되었다. 독산동과 루든에서는 허가 이후에, 코첼라에서는 정식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갈등이 발생했다. 세 경우 모두 지방정부는 갈등이 발생하고 나서야 감사, 청문회, 조닝 개정이라는 사후 수단을 꺼냈다.
개발 담론의 정당화 언어¶
이 사후 갈등 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은 유치 결정이 특정 언어로 먼저 정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반복적이다.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디지털 전환 인프라". 루든 카운티는 데이터센터 세수 덕분에 주민 재산세를 낮출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홍보한다. 코첼라 시는 Stronghold와의 협약을 "시립 전력공사 사업"으로 포장했다. 금천구청은 건축허가의 법적 적법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이 언어들이 완전히 허위인 것은 아니다. FY 2026 기준 루든 카운티 일반회계 수입의 38%가 실제로 데이터센터에서 나온다. 이 언어의 기능은 이익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의 소재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세수 이익은 카운티 전체에 분산되지만, 소음·고압 전선·냉각수 소비·열 배출이라는 비용은 인접 지역 주민에게 집중된다. 이익의 분산과 비용의 집중이 같은 "지역 발전"이라는 언어 아래 묶인다.
반론: 세수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가¶
가장 강한 반론은 이것이다. 데이터센터 세수로 주거세율이 낮아진다면, 인접 주민의 불편은 전체 이익에 비해 허용 가능한 수준이 아닌가. 기술적 대안도 있다. 폐쇄형 냉각·재생수·사업자 부담 전력망 보강을 조건으로 허가하면 지역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반론은 두 가지 지점에서 불완전하다. 첫째, 이익의 분산은 통계적 평균이지만 비용의 집중은 구체적 생활이다. 세율 인하가 고압 전선이 지나는 집 바로 뒤 주민에게 의미 있는 보상인지는 별개의 계산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적 대안이 실제 허가 조건으로 요구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제도 설계 책임의 문제다. 세수를 전체에 분산하고 비용을 일부에 집중시키는 구조, 폐쇄형 냉각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만들 수 있는지 여부 모두 행정이 설계한다. 그 구조를 불가피한 기술적 결과로 보는 것은 행정의 정치적 선택을 자연화하는 것이다.
루든 카운티가 자동 승인 조닝을 폐지한 것은 세수 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전력선 반대 주민들이 주 전력위원회까지 올라가는 정치적 압력을 만들었고, 그 압력이 의회의 제도 개정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세수 이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배분 구조의 불균형이 제도 변화의 동력이 됐다.
판정 — 누구의 물인가¶
세 사례에서 귀납되는 판정은 세 층위로 분리된다.
법적 책임의 층위에서, 허가를 받은 사업은 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허용과 민주적 정당성은 다른 기준이다. 건축허가 절차가 주민 의견 수렴을 포함하지 않을 때, 법적 책임은 충족되었지만 정치적 책임은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독산동 사례에서 구청이 사후에 감사를 약속한 것은 이 두 층위의 간격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치적 책임의 층위에서, 지방정부는 자원 배분의 결정자다. 데이터센터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전력 인프라 우선 배정을 허용하고, 환경 평가를 사업자 자체 보고서에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다. 그 선택이 특정 집단에 비용을 집중시킨다면, 비용의 소재와 규모를 설명할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
제도 설계 책임의 층위에서, 루든 카운티의 조닝 개정이 보여주는 것은 제도가 사후 교정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전 환경 영향 평가, 용수 사용량 공개 의무, 냉각 기술 조건, 전력 인프라 부담 분리 계획을 입지 결정 이전에 요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AB 93이 요구했던 것은 신규 허가 시 예상 물 사용량과 연간 보고서 제출이라는 최소한의 투명성이었다. 그 수준의 공개 의무에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기술 한계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지방정부의 허가서, 전력망 접속, 용수 배분, 세금 감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위에 세워진다. 물 부족 지역에서 데이터센터가 먼저 물을 얻는다면, 그 결정은 행정이 만든 우선순위다. 그 우선순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했는지를 묻는 일이 데이터센터의 지방정치다.
참고 자료¶
- 아주경제, 「지방선거 앞두고 데이터센터 건립 차질…업계·지자체 '난색'」, 2026.03.20
- 국민일보, 「데이터센터 갈등 소송전 비화…구청, 주민 고소되자 뒷북중재」, 2026.05.13
- KPBS Public Media, "Coachella residents call for data center moratorium as debate expands across Southern California", 2026.04.27
- KESQ News, "Coachella seeks moratorium on data centers projects after hundreds protest during meeting", 2026.05.27
- Loudoun County, FY 2026 Budget Story (prcsinfo.loudoun.gov)
- Loudoun County, Data Center Standards & Locations (loudoun.gov)
- City Journal, "Loudoun County, Virginia: The Heart of the Data-Center Boom", 2026.05
- Virginia Mercury, "Loudoun residents take fight against high-voltage power lines for Data Center Alley to SCC", 2025.12.16
이어 읽기¶
- 데이터베이스 앞의 인간은 왜 지식을 숭배하는가
- 디지털 플랫폼은 결핍이 세운 망명지다
- 인간 없는 지구에서 AI가 생태적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 석유의 자리를 대체하는 컴퓨팅 식민지주의
작성 정보¶
초안 작성: Claude · Claude Sonnet 4.6 · Medium Adaptive Thinking
검토·개고: ChatGPT · GPT-5.5 Extended Thinking
인포그래픽¶

작성일: 2026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