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동의와 현재의 죄¶
흰 벽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천장의 빛은 어느 방향에서도 오지 않는 것처럼 균일했고, 그래서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손도 윤곽만 남기고 색을 잃었다. 동의실은 늘 그런 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무엇도 강조되지 않도록, 무엇도 망설이지 않도록.
화면이 켜졌다. 화면 속 남자는 그였다. 십 년 뒤의 그였다. 머리는 조금 셌고, 얼굴은 더 말랐으며, 눈가에는 현재의 그가 아직 갖지 못한 고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십 년 뒤의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보았다. 현재의 그는 자기 자신과 눈을 맞추는 일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버지를 요양 시설로 옮기는 결정에 대해 동의를 구합니다." 안내 음성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후회 예측 수치는 현재 0.21입니다. 미옮김 시 0.74로 상승합니다."
화면 속 남자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그의 것이었으나, 그가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평온이 담겨 있었다.
"옮기는 게 맞아. 너는 매일 죄책감 속에서 아버지를 간병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그건 너를 무너뜨려. 삼 년 안에 너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아버지를 더 일찍 보내게 돼. 옮겨. 너는 견딜 수 없는 후회를 줄이는 거야."
화면 속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안도해야 했다. 수치가 그렇게 말했고, 십 년을 더 산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명치 아래에서 차가운 것이 올라왔다. 도망치라는 신호도, 멈추라는 신호도 아니었다. 자기보다 먼저 자기 삶을 살아 버린 사람을 마주 볼 때의 감각이었다. 화면 속 남자는 이 결정을 이미 통과했다. 슬픔도, 후회도, 망설임도 이미 다 지나간 얼굴이었다. 현재의 그에게 남은 것은 서명뿐이었다.
그는 서명란에 손가락을 댔다. 동의 음성이 녹화되었다.
"본인은 미래 자아의 권고에 동의하며, 이에 따른 결정의 책임을 면제받음을 확인합니다."
면책 문구가 화면 하단에 떠올랐다. 그는 그 문장을 매일 다루는 사람이었으므로, 그것이 무엇을 옮겨 놓는지 알았다. 면책은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면책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묻지 않았다.
서명이 끝나자 화면이 꺼졌다. 십 년 뒤의 그는 사라졌다. 현재의 그만 흰 방에 남았다. 색을 잃은 손이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
그의 직업은 면책을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동의관리국 면책처리과. 누군가의 미래 자아가 중대한 결정을 승인하면, 그 결정에 뒤따르는 법적·도덕적 면책 기록을 최종 확정하는 부서였다. 결혼을 미룬 사람, 수술을 거부한 사람, 사랑하던 이를 떠난 사람, 투자를 접은 사람. 그들의 미래가 끄덕인 문서가 그의 책상으로 왔고, 그는 그 문서에 마지막 인증을 찍었다. 인증이 찍히면 그 결정은 더 이상 누구의 잘못도 아니게 되었다.
그는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법원도, 직장도, 보험기관도, 신용기관도 그를 신뢰했다. 그의 후회 수치는 분기마다 낮은 자리에 머물렀고, 그의 생애 기록에는 큰 실패가 없었다. 사회는 그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그는 거의 모든 갈림길에서 미래의 자신에게 물었고, 미래의 자신은 거의 언제나 옳았다.
그 사건은 화요일 오후에 왔다.
송환 인증 요청. 사건 코드 H-2291. 인접 관할에서 넘어온 한 여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절차였고, 그 절차에 관여한 행정관들의 면책을 그가 확정해야 했다. 서류는 깔끔했다. 미래 동의 절차가 모두 완료되어 있었다. 송환을 집행하는 모든 사람의 미래 자아가 끄덕였고, 모두의 후회 수치가 송환 쪽에서 더 낮았다.
여자의 이름은 대부분 가려져 있었다. 서류는 그녀를 코드로 불렀다. H-2291은 본국에서 무엇인가를 고발했고, 그 고발 때문에 쫓기고 있었다. 부속 문서에는 번역이 어긋난 진술서 한 장과, 끊긴 녹취 파일의 자동 전사본이 붙어 있었다. 전사본에는 숨을 삼키는 표시가 여러 번 찍혀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같은 말이 세 번 반복되어 있었다.
돌아가면 저는 사라집니다.
그 문장 아래에는 행정관의 주석이 붙어 있었다.
신빙성 보류. 감정 과잉 진술 가능성.
그는 그런 문장에 익숙했다. 사라진다는 말은 행정 문서 안에서 언제나 과장으로 처리되었다. 죽는다는 말은 위험으로, 위험은 확률로, 확률은 승인 가능한 절차로 바뀌었다. H-2291에게도 항소 절차는 있었다. 정확히는, 절차의 형식은 있었다. 그 형식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마지막 장에 한 이름이 있었다. 송환 대상자를 은닉한 혐의로 조사 중인 인물.
윤.
그는 그 이름 옆의 비고란을 읽었다.
미래 동의 거부 이력 다수. 무동의자.
무동의자는 미래 자아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현재의 불완전한 판단만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었다. 사회는 그들을 충동적이고 위험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들은 보험료가 높았고, 신용이 낮았고, 중요한 자리에서 배제되었다. 그들은 자기 후회를 스스로 떠안았으며, 사회는 그 떠안음을 무책임이라 불렀다.
그는 무동의자를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서류로만 보았다. 서류 속에서 그들은 언제나 사고의 원인이었다.
윤은 H-2291을 자기 집에 숨겨 두었다. 미래 동의 없이. 그 선택의 결과를 미래의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그는 서류를 덮었다. 인증을 찍으면 송환은 진행되었다. 윤을 신고하면 H-2291의 위치가 확정되었다. 둘 다 그의 권한 안에 있었고, 둘 다 그의 미래 자아가 이미 끄덕인 종류의 일이었다.
그는 그날 인증을 찍지 않았다. 처음으로, 이유 없이, 서류를 서랍에 넣어 두었다.
◇
그가 윤을 만난 것은 사흘 뒤였다.
규정상 은닉 혐의자는 면책처리과 담당자와 면담할 수 있었다. 신고 전, 한 번의 진술 기회. 그것은 형식이었고, 대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는 그 형식을 신청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윤은 회색 면담실에 먼저 와 있었다. 마른 남자였고, 손등에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그는 윤의 기록을 미리 읽었다.
윤은 칠 년 전, 미래 동의 없이 한 결정을 내렸다. 사업 동료의 부정을 알고도 침묵하지 않았고, 그 고발로 동료는 무너졌으며, 동료의 아내는 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래 자아였다면 침묵을 권했을 것이다. 침묵하면 윤의 후회 수치는 낮았을 것이고, 동료의 아내는 살았을지도 몰랐다. 윤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윤은 그 죽음을 자기 것으로 안고 살았다.
"당신은 면책을 찍는 사람이군요." 윤이 말했다.
비난은 없었다. 사실의 확인이었다.
"당신은 동의 없이 사람을 숨긴 사람이고요."
"네."
"왜 동의를 받지 않았습니까. 받았으면 당신은 지금 여기 있지 않았을 텐데."
윤은 잠시 손등의 흉터를 보았다.
"받았겠지요. 그리고 미래의 나는 그 여자를 돌려보내라고 했을 겁니다. 그게 나를 지키니까요. 아마 그 예측은 틀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요?"
"그럼 지금의 나는 뭘 한 겁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윤이 물었다.
"당신은 결혼을 동의받았습니까."
그는 침묵했다.
"수술도, 이직도, 아버지 일도 받았겠지요."
윤은 그를 오래 보았다. 그 시선에는 조롱이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후회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윤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그건 깨끗한 기록이겠지요."
윤은 말을 멈췄다. 면담실의 녹음등이 천장 모서리에서 붉게 깜박였다.
"그런데 깨끗한 기록이 곧 자기 삶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는 면담실을 나오면서 처음으로 한 단어를 떠올렸다. 후회할 수 있는 권리. 그는 그 권리를 평생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행사할 기회를 미래의 자신에게 매번 넘겨주었다. 그의 후회 수치가 낮은 것은 그가 덜 다쳐서가 아니었다. 그가 한 번도 자기 손으로 무게를 든 적이 없어서였다.
윤에게는 이상한 밀도가 있었다. 그것은 윤이 선해서가 아니었다. 윤은 사람을 무너뜨렸고, 한 사람의 죽음을 자기 안에 품고 있었다. 그럼에도 윤은 그 무게를 누구에게도 떠넘기지 않았다. 미래 자아 뒤에 숨지 않았다. 윤의 죄는 윤의 것이었다. 그래서 윤은 무거웠고, 그 무거움이 그를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
집의 빛은 동의실의 빛과 닮아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H-2291 건은 어떻게 됐어." 아내가 물었다.
식탁 위에는 아내의 단말기가 켜져 있었다. 거기에도 후회 예측이 떠 있었다. 아내 역시 거의 모든 일을 동의받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것도 양쪽 미래 자아가 끄덕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왜 미뤄. 당신답지 않게."
아내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다정한 우려였다.
"그 건을 빨리 닫으면 당신 분기 평가가 올라가. 윤이라는 사람 신고하면 가산점도 붙고. 미래는 뭐래?"
"끄덕였어."
"그럼 됐잖아."
아내는 그를 보았다.
"여보, 우리 애 학교 배정이 다음 달이야. 무동의자 가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당신이 그 건에서 머뭇거리면 기록에 남아. 그 기록은 애한테까지 가."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 사실의 진술이었다. 이 세계는 협박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당신의 미래도 동의했습니다, 라는 한 문장이면 어떤 망설임도 무너졌다. 그는 그 문장을 평생 들었고, 평생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요양 시설로 옮긴 뒤, 아버지는 그를 볼 때마다 같은 것을 물었다.
"네가 정한 거냐."
그는 매번 대답을 준비했으나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미래의 제가 정했어요, 라는 말은 어떤 언어로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가 좀 더 볼게." 그가 말했다.
아내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단말기를 끄자 식탁 위의 후회 수치도 꺼졌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잠시 색을 잃은 손처럼 마주 앉아 있었다.
◇
결정의 날, 그는 다시 동의실에 들어갔다.
그는 묻기 위해 들어갔다. 윤을 신고하고 H-2291의 송환을 인증할지. 그것은 고발에 준하는 선택이었으므로, 그에게도 미래 동의를 구할 권리가 있었다. 그는 그 권리를 평생 그래 왔듯이 사용하려 했다.
화면이 켜졌다. 십 년 뒤의 그가 거기 있었다. 이번에는 더 평온해 보였다. 그 평온이 어디서 왔는지 그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신고하고 인증하는 게 맞아." 화면 속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따뜻했다. 악의는 한 점도 없었다.
"이건 너를 지켜. 신고하면 너는 평가가 오르고, 아이는 학교에 배정되고, 아내는 안심해. 신고하지 않으면, 너는 삼 개월 안에 무동의자로 재분류되고, 면책 자격을 잃고, 은닉 방조로 기소돼. 직장을 잃고, 아내는 너를 견디다 떠나고, 아이는 그 기록을 평생 지고 살아. 나는 그걸 다 살아 봤어."
"H-2291은." 그가 물었다.
"네가 인증하든 안 하든, 그 여자는 결국 송환될 가능성이 높아. 너 한 사람의 서명이 그 흐름을 바꾸지 못해. 그러니 네가 짊어질 필요가 없어."
화면 속 남자는 잠시 멈췄다.
"이건 비겁한 게 아니야. 이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후회를 줄이는 선택이야. 너는 그 여자를 위해 네 아이를 버릴 수 없어. 나는 안다. 십 년 뒤에도 너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수치가 그렇게 나와. 네가 만약 신고하지 않으면, 너는 그 여자도 구하지 못한 채 모든 걸 잃고, 매일 그걸 후회해."
그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는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화면 속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예측은 정확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미래가 틀렸다면 그는 미래를 미워하면 그만이었다. 미래는 틀리지 않았다. 미래는 그를 알고 있었고, 그를 보호하려 했고, 그 보호의 이름으로 그를 비겁함 쪽으로 밀었다.
화면 속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안내 음성이 들렸다.
"미래 자아가 결정을 승인했습니다. 동의 음성을 녹화하려면 서명란에 손을 대십시오. 본 결정의 책임은 면제됩니다."
그는 서명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그 떨림을 평생 처음 보았다. 동의실에서 떨어 본 적이 없었다. 떨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는 손끝과 서명란 사이의 좁은 공기를 보았다. 거기에 그의 모든 삶이 있었다. 끄덕임과 면책과 낮은 후회 수치가. 그리고 한 번도 그의 것이 아니었던 평온이.
그는 손을 거두었다.
화면 속 남자가 그를 보았다. 처음으로 그 얼굴에 평온이 아닌 것이 스쳤다. 안내 음성이 다시 흘렀다.
"동의가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결정을 보류하시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면 속 남자가 무어라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는 듣지 않고 동의실을 나왔다. 화면은 그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켜져 있었을 것이다. 십 년 뒤의 그가 빈 의자를 향해 혼자 무엇을 말했을지, 그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었다.
◇
그는 신고하지 않았다.
인증을 찍지 않았다.
서랍 속 H-2291 서류를 꺼내, 송환을 정지시키는 행정 보류를 자기 권한으로 걸었다. 그것은 그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었고, 곧 무효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 며칠 동안 윤과 H-2291은 움직일 시간을 얻었다.
그는 윤에게 한 줄을 보냈다.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다만 한 사람을 자기 손으로 넘기지 않았다.
미래는 정확했다.
석 달이 지나기 전에 그는 무동의자로 재분류되었다. 면책 자격을 잃었다. 은닉 방조와 직권남용으로 기소되었다. 직장은 그를 내보냈다. 신용 등급이 떨어졌고, 보험료가 올랐다. 아이의 학교 배정은 보류되었다. 그가 평생 다루어 온 면책 문구는 이제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 그의 결정은 그의 잘못이 되었다. 책임은 처음으로 어디에도 보내지지 않고 그에게 남았다.
아내는 한동안 그를 견뎠다. 미래가 예측한 시점보다 조금 늦게, 그러나 예측한 방향대로 떠났다. 그는 아내를 원망하지 않았다. 아내의 미래 자아는 옳았다. 떠나는 편이 아내의 후회를 줄였다. 그는 이제 그 계산을 이해했다.
후회 수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는 보지 않았다. 무동의자에게는 더 이상 그 수치가 표시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후회를 숫자 없이 견뎠다. 그것은 행복보다 무거웠고, 그 무게 때문에 또렷했다.
법정에서 그는 한 문장만 진술했다.
변호인은 그에게 미래 동의 부재를 정상 참작 사유로 쓰자고 했다. 충동적 판단이었다고, 미래 자아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하면 형이 줄었다. 그는 거부했다. 그는 면책을 평생 다룬 사람이었으므로, 그 문장이 책임을 어디로 보내는지 알았다. 이번에는 어디로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판사가 물었다.
"이 결정은 누가 내린 것입니까."
그는 잠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정한 거냐.
흰 법정의 빛은 동의실의 빛과 닮아 있었다. 그림자가 없었다. 그는 자기 손을 보았다. 색을 잃지 않은 손이었다. 떨림은 멎어 있었다.
"제가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 일은 제가 했습니다."
서기관이 그 문장을 기록했다. 녹화된 동의 음성도, 면책 문구도, 끄덕이는 미래도 없는 진술이었다. 그 문장은 처음으로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위해 모든 것을 잃었고, 그 문장 하나만을 얻었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처음으로, 자기 삶의 한 결정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서 있었다.
이어 읽기¶
- 인과의 안쪽에서 책임을 다시 정의하기 — 자유의지가 흔들린 뒤에도 책임을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윤리적 배경이다.
- 알고리즘이 나를 판정할 때 나는 어디에 항소하는가 — 미래 동의 제도를 개인적 선택 문제가 아니라 계산 판정과 항소권의 문제로 확장한다.
- 자기 통제는 어떻게 책임을 유예하는가 — 자기 설명과 자기 관리가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는 대신 유예하는 장치가 되는지 연결된다.
- 사후 법인격과 주체성의 잔여 — 예측 자아, 법적 주체성, 인격의 잔여라는 문제를 소설적 장면으로 이어 읽을 수 있다.
- 지워진 기억의 영수증 — 기억·책임·자아의 결손을 행정적 사물과 일상 장면으로 다루는 창작 계열의 연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