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닫는 기술: 예측 통치의 계보와 가능성의 소각¶
점복에서 계리로: 미지의 영토를 통치하려는 충동¶
인간이 미래를 관리하려 한 것은 기술의 문제이기 이전에 권력의 문제였다. 예측 통치의 근본 논리—우연을 위험으로 번역하고 가능성을 현재의 관리 대상으로 접어 넣는 통치 형식—는 알고리즘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 계보는 점복과 예언의 제도에서 시작한다. 고대 신탁 체계는 미래의 불투명함을 신의 언어로 변환함으로써 해석권을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그 예언의 정확성이 아니었다. 미지의 시간에 대한 해석 독점이 현재의 결정 구조를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했다는 사실이다. 신탁은 우연을 제거하지 않았다. 우연을 신성한 의지로 번역함으로써 인간의 자발적 개입 가능성—우연에 응답하는 행위성—을 제도적으로 가로막는 경향이 있었다.
근대 초입에서 이 충동은 세속적 언어를 얻는다. 17세기 유럽에서 발전한 생명표(life table)와 사망률 통계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우연을 집계 가능한 확률로 변환했다. 존 그라운트(John Graunt)의 1662년 『사망표에 관한 자연적·정치적 관찰(Natural and Political Observations Made upon the Bills of Mortality)』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인구라는 집합적 대상을 분석 단위로 설정했다. 이 전환의 의미는 수학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연—이 사람이 이 시점에 죽는다는 사건—은 집계 안에서 통계적 규칙성으로 흡수되고, 그 규칙성은 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위험 분산의 경제적 회로에 편입된다. 계리적 통치(actuarial governance)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연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의 발생 확률을 계산하고 그 계산을 통치와 경제의 기반 논리로 삼는 것.
위험사회의 구조: 우연에서 위험으로의 번역¶
울리히 벡(Ulrich Beck)은 근대 산업사회가 생산하는 위험이 이전 시대의 자연적 위험과 질적으로 다름을 지적했다. 『위험사회』(1986)에서 벡은 근대 위험이 비가시적이고 초국경적이며 계급적으로 분배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분석에서 종종 간과되는 지점이 있다. 위험(risk)은 우연(contingency)과 다른 개념이다. 우연은 어떤 결과가 사전에 결정되지 않은 상태, 복수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위험은 그 우연에 계산 가능성을 부여한 인식론적·제도적 구성물이다. 우연을 위험으로 번역하는 순간, 불확실한 가능성의 영역은 관리·보험·예방의 대상으로 재구성된다.
이 번역의 정치경제적 함의는 크다. 프랑수아 에발트(François Ewald)가 분석한 것처럼, 보험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우연을 관리 대상으로 변환하는 통치 기술이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험이 팔리고, 파생상품이 거래되며, 신용 평점이 발행된다. 불확실성의 식민화, 즉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건을 현재의 경제적 회로에 편입하는 과정은 자본 축적의 한 형식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발전한 사회보험 제도는 이 과정의 대표적 제도화 장면이었다. 독일 비스마르크 체제에서 1880년대에 성립한 질병·산재·노령 보험은 노동자의 우연적 사건들—질병, 부상, 노쇠—을 사회적 위험으로 분류하고, 그 위험을 관리하는 행정 체계를 국가 통치 기능으로 내면화했다. 위험 관리의 제도화는 취약한 개인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구조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직면하는 순수한 우연—를 통계적 패턴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동시에 수행했다.
통계 예측에서 알고리즘 예측 분석으로: 포획의 정밀화¶
20세기 후반, 계산 기술의 발전은 이 번역의 속도와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회귀분석, 의사결정나무, 그리고 오늘날의 머신러닝 기반 예측 분석은 모두 동일한 논리 위에 있다.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고, 그 패턴을 미래에 투사하며, 투사된 미래를 현재의 개입 근거로 삼는 것. 예측 치안(predictive policing) 시스템은 이 논리의 가장 날것의 형태다. 과거 범죄 발생 지역과 시간, 용의자 프로파일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미래의 범죄 발생 지점과 고위험 개인을 사전에 표시한다.
이 시스템이 제기하는 문제는 차별과 편향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측이 자기충족적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리처드슨·슐츠·크로퍼드(Richardson, Schultz, Crawford)의 연구가 지적하듯, 고위험으로 분류된 지역에 경찰이 집중 배치되면 그 지역에서 더 많은 범죄가 적발된다. 적발된 데이터는 다시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로 투입된다. 이 순환 안에서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예측이 구성하는 결과물이 된다. 과거 패턴이 미래 가능성을 결정하는 구조 안에서, 패턴에서 이탈할 가능성—우연, 변화, 전례 없는 사건—은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는 범주 밖으로 밀려난다.
버나드 하코트(Bernard Harcourt)가 계리적 형사사법 비판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용 평점, 재범 예측 알고리즘(미국의 COMPAS 시스템이 논쟁적 대표 사례다), 채용 필터링 AI, 의료 위험 분류 시스템은 서로 다른 제도 영역에서 이 논리가 반복되는 장면들이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통계적 집단의 과거 패턴을 통해 분류되고, 그 분류가 개인에게 가능한 미래를 선분배한다. 어느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지, 어느 직장에서 면접 기회를 얻는지, 어느 병원에서 어떤 치료 우선순위를 받는지가 알고리즘이 계산한 위험 점수에 의해 사전에 배치된다. 여기서 '결정 인프라'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들은 단순히 조언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이 자원·기회·처우에 접근하는 경로 자체를 구조화하는 인프라다.
반론의 지점: 예측은 가능성을 열지 않는가¶
이 분석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예측 시스템은 오히려 더 많은 개입 가능성을 열지 않는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예측 모델은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홍수를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은 피해를 줄인다. 예측이 미래를 닫는다는 주장은 예측의 긍정적 기능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이 반론이 타당한 지점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자. 예측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제는 예측이 통치 형식으로 구조화될 때 작동하는 특정한 논리다. 의학적 예측은 개인이 그 예측에 응답하고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을 포함한다. 의사는 예측 결과를 환자에게 알리고, 환자는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치료를 선택하며, 예측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가 검진을 요청할 수도 있다. 예측이 개입과 수정의 출발점이 되는 이 구조에서 미래는 열려 있다. 예측 통치가 이 구조와 다른 것은, 예측의 결과가 개인의 가능성을 사전에 배치하는 결정 인프라로 기능하면서 그 판단에 대한 설명권·이의제기권·수정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신용 점수를 받지 못한 사람은 신용을 증명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재범 위험이 높다고 분류된 사람은 가석방 기회를 얻지 못한다. 예측이 가능성을 배분하는 인프라가 될 때, 예측 바깥의 가능성—통계 패턴을 이탈하는 행위, 분류된 범주를 거스르는 선택—은 시스템이 지원하지 않는 영역이 된다.
선제와 시간의 소각: 가능성의 폐색이 완성되는 지점¶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는 선제(preemption)의 논리를 분석하면서 예측 통치가 시간에 대해 수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작업을 포착했다. 선제는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 논리 안에서 개입의 근거는 위협의 실제 존재가 아니라 위협의 가능성이다. 마수미의 핵심 통찰은, 선제 논리 아래에서 가능성(possibility)이 현실성(actuality)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 현재의 실재처럼 취급되고, 그 취급이 현재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이 시간적 구조가 계리적 통치의 논리와 접합할 때, 예측 통치는 완성된다. 계리적 통치가 우연을 위험으로 번역한다면, 선제 논리는 그 위험을 미래가 아닌 현재의 좌표에 배치한다. 미래의 가능한 위협이 현재의 실재로 처리되는 순간, 가능성의 시간—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복수의 경로가 열려 있는 것—은 소각된다. 예측 통치는 시간의 존재론을 변환한다. 세계를 가능성들의 긴장으로 보는 시간이 아니라, 계산된 패턴이 이미 배치한 궤도로 보는 시간이 기술 인프라를 통해 강제된다.
이 변환은 추상적 철학 명제에 그치지 않는다. 예측 시스템이 개인의 이동, 신용, 취업, 법적 처우를 선분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의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사회적 위치를 형성할 가능성—재기, 전환, 예외적 선택—은 시스템이 계산 불가능한 것으로 처리한다. 알고리즘은 과거 패턴의 연장으로서의 미래만을 인식한다. 그 패턴 바깥의 미래는, 존재하더라도 시스템의 관리 회로 안에서 가시화되지 않는다.
우연을 위험으로 번역하고 그 위험을 선제적 현재로 당겨오는 이 통치 형식이 사회 전반의 결정 인프라로 확산될 때, 세계는 복수의 가능성이 경합하는 열린 시간이기를 멈추고 관리 가능한 패턴들의 배열로 수렴한다. 예측 통치의 문제는 미래를 잘못 예측한다는 것이 아니다. 예측이 가능성을 현재의 관리 대상으로 접어 넣음으로써, 예측이 틀릴 수 있는 미래—우연이 거주하는 시간—자체를 작동 불가능한 범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어 읽기¶
- 익숙한 화면 설명할 수 있는 시민
- 우리는 과학적 진리를 발견하는가 만들어내는가
- 인간은 모순을 품으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 신뢰는 어떻게 검증으로 대체되는가
- 어리석음을 넘어서는 법
작성 정보¶
초안 작성: Claude · Claude Sonnet 4.6 · Low
검토·개고: ChatGPT · GPT-5.5 Extended Thinking
참고자료¶
- John Graunt, Natural and Political Observations Made upon the Bills of Mortality, 1662
- Ulrich Beck, Risikogesellschaft: Auf dem Weg in eine andere Moderne, Suhrkamp, 1986
- François Ewald, "Insurance and Risk," in The Foucault Effect: Studies in Governmentality, ed. Graham Burchell et a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1
- Bernard Harcourt, Against Prediction: Profiling, Policing, and Punishing in an Actuarial Ag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
- Brian Massumi, Ontopower: War, Powers, and the State of Perception, Duke University Press, 2015
- Julia Angwin et al., "Machine Bias," ProPublica, May 23, 2016
- Rashida Richardson, Jason Schultz, and Kate Crawford, "Dirty Data, Bad Predictions: How Civil Rights Violations Impact Police Data, Predictive Policing Systems, and Justice," NYU Law Review Online 94, 2019
인포그래픽¶

작성일: 2026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