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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심사(peer review) 체계의 인식론 — 과학적 신뢰는 어떤 절차로 구성되는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들

오늘 아침 누군가가 뉴스에서 읽었을 것이다. "국제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그 사람은 논문을 보지 않았다.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고, 통계 분석을 검토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논문이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믿을 이유로 충분했다.

이것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현대 과학의 조건 자체다. 오늘날 출판되는 논문의 수, 방법론의 전문성, 분야의 세분화는 어떤 개인도 자신이 접하는 과학 지식을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분자생물학자는 양자역학 논문을 검증하지 못하고, 양자물리학자는 임상시험 설계를 평가하지 못한다. 전문가조차 자신의 전공 바깥에서는 타인의 판단에 의존한다.

이 조건 위에서 과학적 신뢰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동료 심사는 그 신뢰 생산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가. 이 글에서 다루는 동료 심사는 주로 저널 출판 전 심사 절차다. 프리프린트나 사후 공개 심사 같은 현대 출판 생태계의 새로운 형식은 별도의 분석을 요한다.

두 입장의 긴장

동료 심사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공존한다.

첫 번째 입장은 동료 심사를 진리의 보증 장치로 본다. "심사를 통과했다"는 말이 "사실이다"의 다른 표현처럼 사용된다. 저널의 위계는 진리의 위계와 동일시된다. "동료 심사를 거친 연구"라는 표현은 내용의 신뢰성을 선언하는 수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두 번째 입장은 동료 심사가 과학의 위기를 방치하거나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2015년 오픈 사이언스 협력체(Open Science Collaboration)의 재현 가능성 프로젝트는 심리학 분야 주요 논문 100편을 재현 실험한 결과 약 36%만이 원래 결과를 재현했음을 보고했다. 출판 편향—긍정적 결과를 선호하고 영(null) 결과를 배제하는 구조—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문제다. 심사자 부족, 좁은 전문가 집단 내 상호 의존, 저널 권위의 과잉 집중은 제도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된다.

두 입장은 각각 부분적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둘 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친다. 동료 심사가 진리를 보증한다는 주장과 동료 심사가 실패했다는 주장은, 모두 동료 심사를 진리 판별 장치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전제를 공유한다. 동료 심사의 인식론적 기능은 그것이 아니다.

신뢰 자격의 발급

동료 심사가 수행하는 것은 진리의 보증이 아니라, 출판 가능한 지식에 대한 조건부 신뢰 자격의 부여다.

알빈 골드만(Alvin Goldman)은 1999년 저작 『사회적 세계 안의 지식(Knowledge in a Social World)』에서 사회적 인식론의 과제를 개인적 인식 능력에서 사회적 제도와 관행으로 이동시켰다. 그의 "진리 지향적(veritistic)" 사회 인식론은 어떤 사회적 실천이 개인이 참인 믿음을 갖도록 돕는지 묻는다. 이 틀에서 동료 심사는 진리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집합적 탐구의 오류 가능성을 분산하고 관리하는 절차적 기제가 된다.

존 하드위그(John Hardwig)는 1991년 논문 「지식에서 신뢰의 역할(The Role of Trust in Knowledge)」에서, 과학적 지식에서 신뢰는 증거의 대체물이 아니라 증거의 전제 조건이라고 논증했다. 어떤 연구자도 동료가 보고하는 실험 결과를 모두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 협력 과학이 작동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서로의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 신뢰는 맹목적이지 않다—그것은 공유된 훈련, 방법론적 기준, 평판 체계, 제도적 검증 절차에 의해 구조화된다.

동료 심사는 이 구조화된 신뢰의 생산 장치다. 수학적 증명조차 공동체의 집합적 검토와 신뢰 인프라를 통해 수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적 주장의 수용 역시 동일한 구조를 따른다. 개인이 증명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해서 그 증명의 인식론적 지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개인이 논문의 데이터를 검증할 수 없다고 해서 그 논문의 인식론적 지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위는 절차에 의해 생산된다.

절차의 해부

앞 절에서 말한 신뢰 자격은 추상적 권위가 아니라 구체적 절차 요소들의 결합으로 생산된다. 동료 심사를 구성하는 각 요소는 독립적인 인식론적 기능을 수행한다.

익명성은 심사 과정에서 사회적 위계를 차단하도록 설계된다. 저자의 소속, 명성, 기존 연구 실적이 심사 판단에 개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다. 실제로는 완전하지 않다. 연구 분야가 좁을수록, 문체나 방법론에서 저자가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익명성의 기능은 완전한 차단이 아니라 판단 조건의 조정이다. 개인적 친분이나 서열이 아닌 내용 자체가 우선하도록 절차를 설계한다.

이중 맹검 심사(double-blind review)는 익명성을 양방향으로 확장한다. 저자가 심사자를 모르고, 심사자도 저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이 이루어진다. 이 구조는 확증 편향과 호혜적 지지의 가능성을 일정 수준 억제한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지만, 판단의 왜곡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절차를 설계한다.

편집자의 판단은 종종 간과된다. 편집자는 심사자를 선택하고, 심사 결과를 해석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 기능은 순수한 집합적 판단이 아니다. 편집자는 분야의 지형도를 파악하고 어떤 심사자가 특정 논문을 편향 없이 평가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이 역할은 동료 심사가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아니라 판단하는 인간의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저널 위계는 신뢰 자격의 등급화를 수행한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그것이 확정적 진리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더 강한 선별 절차와 더 높은 공개 가시성을 통과했다는 신호로 인해 더 높은 신뢰 자격을 부여받는다. 진리의 위계가 아니라 절차적 신뢰의 위계다.

심사자 네트워크는 분산된 인지를 구현한다. 어떤 편집자도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심사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분배된다. 검증이 단일 심급이 아니라 분산된 판단 역량의 집합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과학적 신뢰는 누군가가 전부를 알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조각을 알고 있는 구조 안에서 생겨난다.

한계는 조건부 신뢰의 성격을 드러낸다

재현 위기, 출판 편향, 심사자 부족은 동료 심사가 조건부 신뢰를 부여하는 절차임을 드러내는 증상이다. 그것들은 과학적 신뢰가 항상 수정 가능하고 제도에 의존하는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가시화한다.

재현 위기는 동료 심사를 통과한 결과가 반드시 안정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현 위기가 가시화된 것 자체가, 과학 공동체가 오류를 자기-수정할 수 있는 절차를 내부에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재현 연구의 존재, 메타 분석의 존재, 체계적 검토의 존재는 동료 심사의 상위에 또 다른 오류-수정 층이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 편향은 현재 제도 설계의 인센티브 구조가 생산하는 왜곡이다. 과학적 진리가 발견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의 물음에서 보자면, 출판 편향은 어떤 종류의 "지식"이 제도 안으로 진입하는지를 선별하는 필터가 이미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과학 제도의 설계 문제이며, 그 설계가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 동료 심사 체계가 원리상 열려 있음을 뜻한다.

이 한계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바는 하나다. 동료 심사가 조건부 신뢰를 부여하는 절차라면, 그 조건은 언제나 수정될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이 밝혀지면 부여된 신뢰는 조정된다.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인식론적 건강함의 표시다.

과학적 신뢰의 재정의

이제 출발점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학은 왜 믿을 만한가.

그 이유는 오류 가능성을 분산하고, 심사·편집·독자 공동체에 분산된 판단 책임을 절차화하며, 결론을 수정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제도적 구조 안에서 지식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어떤 개인의 완전한 검증도 전제하지 않으며, 특정 권위의 무오류성도 요구하지 않는다. 구조 자체가 신뢰의 근거다.

과학적 신뢰는 세 속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 분산된 신뢰—어떤 단일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라, 심사자·편집자·저자·독자 공동체 전체에 걸쳐 분배된 판단의 네트워크 위에서 성립한다. 절차적 신뢰—내용의 절대적 옳음이 아니라, 판단을 생산한 절차의 설계에 대한 신뢰다. 수정 가능한 신뢰—새로운 증거, 재현 실패, 방법론 비판이 기존 신뢰를 해소하거나 재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된다.

동료 심사는 이 세 속성의 교차점에 있는 제도다. 동료 심사는 집합적 탐구가 잠정적으로 도달한 결론에 조건부 자격을 부여하고, 그 자격이 언제든 재심사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절차를 유지한다. 그것이 진리를 보증한다는 통념은 과학적 신뢰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결과다.

과학적 신뢰는 절차 속에서 구성되는 집합적 판단의 상태다. 그것은 항상 임시적이고, 그 임시성이 과학을 믿을 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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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정보

초안 작성: Claude · Claude Sonnet 4.6 · Medium Adaptive Thinking
검토·개고: ChatGPT · GPT-5.5 Extended Thinking

참고자료

  • Goldman, A. I. (1999). Knowledge in a Social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 Hardwig, J. (1991). The role of trust in knowledge. The Journal of Philosophy, 88(12), 693–708.
  • Open Science Collaboration. (2015). Estimating the reproducibility of psychological science. Science, 349(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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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