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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몸

흉표 감정소의 빛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천장과 네 벽에서 동시에 흰빛이 쏟아져, 단 위에 선 사람의 몸 어디에도 어두운 구석을 남기지 않았다. 그늘이 없으니 숨길 곳도 없었다. 감정소가 성당과 병원보다 높은 자리를 얻은 것은 그 빛 때문이었다. 빛은 살갗에 쓰인 것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단 위에 선 그의 몸에는 읽을 것이 없었다.

감정관은 흰 장갑을 낀 손을 그의 어깨에서 등으로, 등에서 허리로 천천히 옮겼다. 손끝은 어디에서도 걸리지 않았다. 검은 자국 하나, 흐린 그늘 하나 없는 살갗이었다. 감정관은 마흔 해 동안 사람의 피부를 읽어 왔고, 그동안 손끝에 닿은 모든 몸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은 거짓의 흔적, 오래된 외면의 그늘, 단 한 번의 가격이 남긴 검은 점. 이 몸만이 예외였다. 감정관은 장갑 낀 손을 거두고 옆에 선 기록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 없음.”

기록관이 받아 적었다. 난간 너머에서 사람들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한꺼번에 일었다.

그를 보러 모인 사람은 그날도 홀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그의 깨끗한 살갗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고, 빛 아래 드러난 흰 몸을 보고 울었다. 어떤 이는 손을 모았고 어떤 이는 무릎을 꿇었다. 감정소의 관리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사람을 들여보냈다. 차례가 된 한 여인이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의 손등에는 옅은 회색 그늘이 번져 있었다. 며칠 전 다른 아이의 빵을 빼앗았다는 표시였다. 여인은 아이의 작은 손을 그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깨끗한 몸에 닿으면 죄가 옅어진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손이 가슴에 닿는 동안 그는 천장의 빛을 보았다. 숭배는 차가운 빛처럼 그의 위로 쏟아졌고, 그의 살갗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는 자기가 선해서 깨끗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어떤 부탁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문 앞에서는 늘 발을 멈추었다. 나중에 감사받을 수 있는 일과 아무도 보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감각이, 오래전부터 그의 몸보다 먼저 움직였다. 손해가 없는 선은 몸을 더 희게 만들었고, 대가가 붙은 선은 흰빛 바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 흰 몸을 고결함의 기록으로 읽었다. 빛조차 그 읽기를 바로잡지 못했다. 몸에 새겨지지 않은 것은 어디에도 증거가 없었다.

아이가 손을 떼자 여인이 울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 울음을 받았다. 받는 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래전 어느 밤, 닫힌 문 하나가 있었다. 그 문 안에 그가 아는 사람이 있었고, 그를 꺼내려면 명부를 고치거나, 거짓을 말하거나, 누군가의 눈을 속여야 했다. 그는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섰다. 다음 날 그 사람은 끌려갔다. 그 일은 그의 몸 어디에도 새겨지지 않았다. 그가 가진 단 하나의 자국은 보이지 않는 자국이었고, 빛이 닿지 않는 안쪽에 있었다.

감정이 끝나고 사람들이 물러간 뒤, 감정소의 부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사흘 뒤 정화가 있습니다. 살인자 하진의 정화입니다.”

부장은 흰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도시가 성자께 첫 손을 청합니다. 깨끗한 손이 닿아야 정화가 정당해집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숙이는 것 외에 그가 배운 동작은 많지 않았다.


정화 전날 밤, 그는 유치소로 갔다.

흉터가 깊은 사람들은 도시 외곽의 유치 구역에 따로 모여 있었다. 그곳의 빛은 감정소와 달랐다. 그늘이 졌고, 그늘 속에서 사람들의 검은 자국은 도리어 덜 끔찍해 보였다. 빛이 모든 것을 비추지 않는 곳에서는 자국도 한 사람의 몸의 일부로 보였다.

복도를 지나며 그는 몇 개의 몸을 보았다.

손목까지 검게 물든 사내가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손이 검은 것은 손으로 거짓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읽었다. 사내의 손가락 마디에는 잉크 같은 검은빛이 마른 강처럼 뻗어 있었다. 배급소의 명부를 고친 손이었다. 누구의 이름을 지우고 누구의 이름을 더했는지, 그 일이 몇 사람을 먹였는지는 그 검은 강에 적혀 있지 않았다.

조금 더 가자 입가가 검은 여자가 있었다. 입술에서 턱으로 검은 선이 흘러내려 있었다. 입으로 거짓을 말한 자국이었다. 그 여자는 법정에서 한 사람을 가리키며 거짓을 증언했고, 그 거짓 뒤에서 다른 이름 하나가 빠져나갔다. 검은 선은 증언이 거짓이었다는 것만 새겼다. 그 거짓이 누구를 숨겼는지는 비워 두었다.

살갗은 행위의 모양만 기록했다. 거짓, 위반, 가격, 은닉. 도시는 그 모양을 도덕의 전부로 읽어 왔다.

하진은 가장 안쪽 방에 있었다.

그 여자의 몸은 한쪽 팔에서 가슴까지 검었다. 손으로 거짓을 만든 자의 검음도, 입으로 거짓을 말한 자의 검음도 아니었다. 사람을 죽인 자의 검음이었다. 넓고 깊고 가장자리가 번진 검음이, 그 여자의 살갗 위에서 마른 호수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끔찍하지 않았다. 다만 무거웠다.

하진은 그를 보았다. 그를 알아보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자가 여기까지 왔군.”

그 여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 몸에 손을 미리 대 보러 왔나. 내일 군중 앞에서 헛손질하지 않으려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누구를 죽였는지 도시는 안다고 말한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감독관 한 사람을. 배급을 두고 다투다가.”

“도시가 아는 건 그게 다겠지.”

하진은 검은 팔을 들어 빛에 비추어 보았다. 그 여자에게는 그것이 익숙한 동작인 듯했다.

“그 사람은 명부를 쥐고 있었어. 어디에 누가 숨어 있는지 적힌 명부였지. 아침이면 그 종이가 다른 손으로 넘어갈 예정이었고, 종이에 적힌 이름들 중에는 아직 첫 자국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어.”

하진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나는 그 종이가 아침을 맞지 못하게 했어. 그 사람도.”

홀의 그늘진 빛 속에서 검은 호수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은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가 물었다.

“아니.”

하진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 그 검음은 거짓이 아니야. 진짜야. 그리고 같은 밤이 다시 와도 나는 같은 일을 할 거야. 그것도 진짜고.”

그 여자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정화가 아니야.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몸을 가진 사람이 와서 내 검음을 저울에 올리는 거지. 당신 살갗은 비어 있어. 비어 있는 게 어떻게 무게를 다나.”

그는 그 말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빛이 그의 흰 살갗 위로 흘러내려, 아무 데도 닿지 않고 사라졌다.

“내일 당신 몸에 손을 대라고 도시가 청했다.”

그가 말했다.

“대.”

하진은 다시 벽에 기댔다.

“당신 손은 깨끗하니까. 깨끗한 손이 닿으면 정화는 정당해지겠지. 그게 당신이 평생 한 일 아닌가. 닿기만 하고, 묻지 않는 일.”

그는 방을 나왔다. 복도의 검은 손과 검은 입가를 다시 지나며, 자기 안쪽의 보이지 않는 자국이 처음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빛이 닿지 않는 그 자국에는 오래전 닫힌 문 하나가 들어 있었다.


정화의 광장은 그늘이 없었다.

감정소가 광장의 사면에 흰빛 기둥을 세워, 정오의 빛 위에 빛을 더했다. 도시의 사람들이 광장을 메웠다. 단 위에는 검은 팔의 하진이 끌려 나와 있었고, 그 곁에 감정관이 흰 장갑을 끼고 섰다. 감정관의 손에는 흉표판이 들려 있었다. 살갗에서 읽은 것을 옮겨 적는 판이었고, 감정소는 그것을 살갗 다음으로 거룩하게 다루었다.

판에는 하진의 검음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살인. 정화.

부장이 그를 단 위로 불렀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울었다. 그의 깨끗한 손이 곧 살인자에게 닿을 것이었고, 그 닿음이 정화를 정당하게 만들 것이었다.

그는 하진 앞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마다 그는 자기 안을 들여다보았고, 거기에서 아무것도 확실한 것을 읽지 못했다. 손끝이 그의 살갗에서 걸리지 않듯, 그의 의지도 자기 안에서 걸리는 데가 없었다. 그가 지금 입을 다물고 손을 얹으면, 그는 깨끗한 채로 남고 하진은 정화될 것이었다. 그가 다른 일을 하면, 그의 몸에 처음으로 검음이 돋을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왜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진을 위해서인가. 오래전 닫힌 문 앞에서 돌아선 자신을 벌하기 위해서인가. 몸에 새겨지지 않은 자국을, 보이는 검음으로 마침내 덮으려는 것인가. 스스로 더러워진 성자, 죄인을 위해 자기 몸을 내준 성자. 그런 이름은 흰 살갗보다 더 오래 남을 수도 있었다. 그가 검음을 얻는 순간조차, 그것이 누군가를 구하려는 마음인지 자기를 씻으려는 허영인지, 그는 끝내 분간하지 못했다.

그는 군중을 향해 돌아섰다.

“그 감독관을 죽인 것은 이 여자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가 그늘 없는 광장에 퍼졌다.

“내가 죽였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명부를 넘기지 못하게, 그 밤에 그를 죽인 것은 나다.”

거짓이었다. 그는 그 밤에 거기 있지 않았다. 그는 늘 그런 밤에 자기 방의 닫힌 문 안쪽에 있었다.

“이 여자의 검음은 내 검음을 대신 진 것이다. 정화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나다.”

말이 끝나기 전에, 그의 목 아래 살갗에서 검은 선 하나가 돋았다.

가는 선이 처음에는 실처럼 나타났다가, 빛 아래에서 천천히 번지기 시작했다. 흰 살갗 위에 검은 강이 마른 자리를 찾아 흐르듯, 검음이 그의 가슴을 향해 내려갔다. 그늘 없는 빛이 그것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비추었다.

군중이 비명처럼 숨을 들이쉬었다.

살갗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도시는 그 한 가지를 믿고 살아 왔다. 검음이 돋았다면, 그는 방금 무언가를 했다는 뜻이었다. 거짓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도시는 성자가 거짓을 한다는 문장을 가진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돋아난 검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다.

어떤 이는 뒷걸음질 쳤다. 성자가 마침내 자기 죄를 드러냈다고, 그의 흰 몸은 평생의 은폐였다고 읽는 얼굴이었다. 어떤 이는 더 깊이 울었다. 살인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검음을 진 사람, 가장 위대한 성자가 거기 서 있다고 읽는 얼굴이었다. 광장은 두 갈래로 갈라졌고, 어느 쪽도 자기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부장은 흉표판을 내려다보았다. 판에는 하진의 살인이 적혀 있었다. 단 위에는 방금 살인을 자기 것이라 말한 또 한 사람이 검음을 얻으며 서 있었다. 살인은 하나였고 살인자는 둘이 되었다. 판과 단이 어긋났다. 정화의 절차는 깨끗한 손이 닿을 때 정당해지는 것이었는데, 그 손이 방금 검어졌다. 부장은 절차를 이어 갈 문장을 찾지 못했고, 정화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하진은 자기 옆에 선 그를 보았다. 검은 팔의 여자가, 흰 몸에 처음 돋은 검음을 보았다. 그 여자의 얼굴에는 구원받은 사람의 표정이 없었다. 분노에 가까운 것이, 혹은 그가 끝내 알아듣지 못한 무엇이 있었다. 그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정관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감정관은 마흔 해 동안 검음을 읽어 온 사람이었다. 검음의 깊이로 가격의 무게를, 가장자리의 번짐으로 거짓의 오래됨을, 자리로 행위의 종류를 읽었다. 감정관은 그의 가슴에 번진 검은 선 앞에 섰고, 입을 열어 그것을 읽으려 했다.

살갗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문장까지는 올라왔다.

그다음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감정관은 입을 연 채 멈췄다. 그의 손끝이 검은 선 앞에서 아주 잠깐 흔들렸다. 마흔 해 동안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손이었다.

그는 검음이 돋은 시간을 알고 있었다. 방금 전이었다. 몇 호흡 전이었다. 그가 자백한 살인은 여러 해 전의 일이었다. 시간이 맞지 않았다. 이 검음은 살인의 자국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엇의 자국인지, 감정관은 부를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감정관은 장갑 낀 손가락을 그의 가슴으로, 검은 선 위로 가져갔다. 마흔 해 동안 해 온 동작이었다. 손끝이 검음에 닿았다.

감정관이 손을 거두었을 때, 흰 장갑에는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검음은 옮겨 가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그의 몸의 것이었다. 흰 장갑 위에는 그늘 없는 빛만이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평생 빛이 비추어도 읽을 것이 없던 자리에, 빛이 마침내 찾아낸 첫 글자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늘 없는 빛 한가운데 서서, 검음이 읽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흰 살갗 위에서 검은 선 하나가 아직 천천히 번지고 있었고, 빛은 그것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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