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없는 저작권 — 복제 통제 가능성이 사라진 뒤 권리는 무엇을 보호하는가¶
저작권은 복제를 규제하기 위해 태어난 권리다. 권리의 이름 자체가 복제(copy)를 단위로 삼는다. 복제가 비용과 시간이 들고 식별 가능한 사건이던 시절, 저작권은 누가 그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정하는 면허였다. 인쇄소, 출판업자, 복제본, 배포 경로가 권리의 시야 안에 들어왔고, 법은 이 시야 안에서 저작물과 침해물을 나란히 놓을 수 있었다.
생성형 모델은 이 전제를 두 겹으로 흔든다. 하나는 원본의 고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복제의 통제 가능성이다. 오늘 사라진 것은 복제 가능성이 아니다. 오히려 복제는 너무 쉬워졌고, 너무 흔해졌으며, 너무 많은 기술적 행위 안에 섞여 들어갔다. 저작권이 전제했던 것은 복제 가능성 자체가 아니라, 복제를 하나의 사건으로 식별하고 그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생성형 환경에서 무너지는 것은 바로 이 조건이다.
이 글의 중심 논제는 다음과 같다. 복제 통제 가능성이 약해진 뒤 저작권이 실제로 보호하는 것은 원본도 복제본도 아니라 시장 접근과 귀속의 분배이며, 따라서 저작권의 정당성은 복제를 금지할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시장과 어떤 귀속을 어떤 부담 배분으로 할당할 것인가라는 제도 설계의 문제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미학이 원본성·아우라의 수호에서 해석 가능성의 조건을 묻는 작업으로 이동했듯이, 저작권도 원본의 수호자라는 자기 이미지를 내려놓고 시장과 귀속을 분배하는 제도로 자신을 다시 정의할 때 자기 시대의 권리로 남는다.
저작권은 복제를 규제하기 위해 태어났다¶
근대 저작권의 출발점은 1710년 영국의 앤 여왕법(Statute of Anne)이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학문의 장려를 위한 법이었고, 그 실질은 인쇄된 책의 복제 독점을 출판업자의 손에서 떼어 일정 기간 저자에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권리의 단위는 작품의 정신이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복제 행위였다. 인쇄기라는 복제 기술이 복제를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식별 가능한 사건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면허를 매기는 일이 가능했다.
이후 저작권 교리가 정교해지는 방향도 같은 구도 위에 놓인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보호한다는 표현·아이디어 이분법, 그리고 보호 대상이 되려면 최소한의 창작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는 원본성 요건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원본성 기준을 정리한 Feist 판결(1991)은 단순한 노동의 투입만으로는 보호가 발생하지 않으며, 독립적 창작과 최소한의 창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모든 장치는 하나의 그림을 전제한다. 어딘가에 고정된 표현이 있고, 권리는 그 표현으로부터 파생되는 복제를 통제한다는 그림이다.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분석은 이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점을 가리킨다. 사진과 영화 같은 복제 기술은 작품의 일회적 현존성에서 발생하는 아우라를 위협했다. 그럼에도 벤야민은 원본이라는 범주를 폐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우라가 해체되거나 다른 형식으로 회수되는 방식을 분석했고, 원본은 여전히 분석의 기준점으로 남았다. 복제 기술은 원본의 위상을 흔들었지만,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 자체는 보존했다. 저작권 역시 같은 구분 위에서 작동했다. 복제본이 늘어날수록 원본을 통제할 권리의 가치는 오히려 분명해졌다.
생성형 모델은 원본의 고정성과 복제의 희소성을 함께 해체한다¶
생성형 모델은 이 구분의 두 다리를 동시에 흔든다.
첫째 다리는 원본의 고정성이다. 동일한 프롬프트가 매번 다른 산출물을 낳는 환경에서는 어떤 산출물도 다른 산출물의 원본으로 안정되기 어렵다. 먼저 생성된 이미지가 나중 생성된 이미지의 기준점이 되지 못하고, 각각의 산출물은 모델의 가중치, 프롬프트, 난수성, 후처리, 선택 행위가 만나는 순간적 결과로 나타난다. 어떤 출력도 다른 출력보다 더 많은 역사나 더 강한 기원성을 자동으로 갖지 않는다. 복제본을 식별하려면 먼저 무엇이 원본인지 정해져야 하는데, 생성 환경은 그 원본을 처음부터 고정해주지 않는다.
둘째 다리는 복제의 희소성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복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즉각적이며, 손실이 없다. 복제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파일 열람, 캐싱, 전송, 표시, 학습, 백업, 임시 저장 안에 퍼져 있는 기본 조건이 되면, 복제 금지는 여전히 남아 있으면서도 권리 체계 전체를 설명하는 중심 원리로는 부족해진다. 금지는 특정 출력물, 특정 배포, 특정 취득 경로, 특정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서는 작동한다. 그러나 학습 데이터, 모델 가중치, 통계적 재현 가능성, 대규모 데이터 처리의 층위에서는 시장 피해, 취득 경로, 투명성, 귀속의 문제와 결합하지 않고서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두 다리가 함께 흔들리면서 법이 마주하는 사태가 바뀐다. 과거의 침해 판단은 비교적 선명했다. 한쪽에 원본이 있고 다른 쪽에 그것을 베낀 복제본이 있으면, 둘을 나란히 놓고 실질적 유사성을 따질 수 있었다. 생성형 환경에서는 나란히 놓을 원본이 흩어져 있고, 베낌의 결과물은 수많은 학습 데이터가 가중치 안에서 통계적으로 재배열된 산출물로 나타난다. 법이 규제하도록 설계된 식별 가능한 복제본은 한 자리에서 붙잡히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저작권은 자신의 핵심 단위였던 복제본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법은 복제본을 한 자리에서 붙잡지 못한다¶
최근의 판례와 소송은 이 압력의 기록이다. 법원과 당사자들은 복제본을 모델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찾으려 하고, 그 시도는 매번 다른 쟁점으로 이동한다.
영국 고등법원의 Getty Images 대 Stability AI 판결은 이 이동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게티는 자사 이미지가 스테이블 디퓨전 학습에 무단으로 쓰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학습 자체에 관한 주요 저작권 청구는 관할과 증거 문제 속에서 축소되었다. 남은 쟁점 중 하나는 Stable Diffusion 모델 또는 그 가중치가 영국 저작권법상 침해 복제물에 해당하는가였다. 법원은 이 사안에서 모델 가중치가 게티 이미지의 복제본을 저장하거나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복제본을 모델 내부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가중치라는 대상 앞에서 안정된 자리를 얻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워터마크 재현과 관련해 상표 쟁점은 별도의 의미를 가졌다는 점이다. 복제 침해의 중심이 흔들린 자리에서 다툼은 상표, 표시, 출처 혼동이라는 다른 권리 영역으로 이동한다.
미국의 NYT 대 OpenAI 소송은 복제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기사를 흡수했을 뿐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원문에 가까운 출력을 재현할 수 있는가다. 여기서 복제본은 명시적 사본만이 아니라 가중치 내부에 분산된 잠재적 재현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다툼은 사본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가에서, 특정 프롬프트와 조건 아래 원문이 얼마나 재현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이동한다. 2026년 6월 현재 이 사건은 최종 판단으로 닫히지 않았고, 저작권 침해, 공정이용, 증거개시, 로그 보존, 출력 재현 가능성이 얽힌 대표적 소송으로 남아 있다. 이 소송은 복제 개념이 모델 내부와 출력 조건 양쪽에서 다시 질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습 단계 전체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Bartz 대 Anthropic과 Kadrey 대 Meta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각각의 사실관계 아래에서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행위를 변형적 사용으로 보았다. 두 판결은 복제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량의 복제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학습이라는 목적과 출력 생성의 기능을 근거로 공정이용 판단을 구성했다. 여기서 복제는 침해 판단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하고, 사용 목적, 시장 효과, 취득 경로, 변형성의 평가 안으로 들어간다.
이 판결들을 “학습은 언제나 면책된다”는 일반 법리로 읽을 수는 없다. Bartz에서 Alsup 판사는 합법적으로 취득한 책의 학습 사용과 해적판 자료를 내려받아 보관용 디지털 서고를 구축한 행위를 구분했다. 후자는 학습과 별도로 문제 되는 취득·보관 행위로 남았다. Kadrey에서도 Meta가 승소했지만, 법원은 시장 희석이나 시장 피해가 더 구체적으로 입증되는 다른 사안에서는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판결들의 공통점은 학습용 복제가 언제나 허용된다는 선언이 아니라, 복제 자체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은 복제 여부를 확인한 뒤에도 다시 목적, 시장, 취득 경로, 귀속의 문제를 따진다.
독일의 GEMA 대 OpenAI 사건은 이 이동의 반대쪽 경계선을 보여준다. 독일 법원은 보호되는 노래 가사가 모델과 출력에서 인식 가능한 형태로 재현되는 사안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 사례는 복제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암기와 출력 재현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판결도 저작권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드러낸다. 쟁점은 단순히 어떤 텍스트가 학습 데이터에 들어갔는가가 아니라, 그 텍스트가 모델 안에 얼마나 보존되었고 출력에서 어떻게 재현되었으며, 권리자가 그 재현으로부터 어떤 통제권과 보상을 가져야 하는가로 재구성된다.
세 갈래의 흐름은 같은 구조를 가리킨다. 복제는 도처에서 일어나지만, 복제 자체가 언제나 권리 침해의 결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영국 법원은 복제본을 가중치에서 찾는 시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미국의 출력물 소송은 복제본을 잠재적 재현 가능성으로 묻고 있으며, 학습 단계 판결은 복제를 인정하면서도 변형성·시장 효과·취득 경로로 쟁점을 옮겼다. 독일 판결은 암기와 출력 재현의 경우 복제 책임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복제 개념은 잔존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저작권 질서 전체를 홀로 떠받치는 축이 아니라, 시장과 귀속의 문제로 이어지는 진입점이 된다.
권리의 닻은 복제본에서 시장과 귀속으로 옮겨간다¶
복제본이 권리의 중심에서 흔들리면 권리는 다른 곳에 닻을 내려야 한다. 그 닻이 내려지는 자리가 시장과 귀속이다.
미국 공정이용 판단의 무게중심 이동이 첫째 증거다. 공정이용의 네 요소 가운데 AI 학습 사건들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용의 변형성과 원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Kadrey에서 Chhabria 판사는 원고들이 시장 피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지만, 생성형 AI가 창작 시장을 희석하거나 대체하는 구체적 증거가 제시된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남겼다. 여기서 법이 실제로 저울질하는 대상은 복제본의 존재만이 아니다. 원저작자가 차지하던 시장 위치가 얼마나 침식되는가, 새 기술이 기존 창작자의 수익 기회와 협상력을 어떻게 바꾸는가가 판단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보호의 대상은 작품의 물성에서 시장 위치로 이동한다.
유럽의 제도 설계는 이 이동을 명문화한다. DSM 저작권 지침 제4조는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저작물에 대한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를 두면서도, 권리자가 적절한 방식으로 권리를 유보한 경우 그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이 유보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EU AI법 제53조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저작권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의 충분히 상세한 요약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권리의 행사는 복제본을 사후에 적발하는 일에서, 무엇이 학습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권리 유보가 존중되었는지 따지는 절차로 이동한다.
이 구조에서 창작자는 새 부담을 떠안는다. 과거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복제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구조를 가졌다. 텍스트·데이터 마이닝의 옵트아웃 구조는 일정한 조건 아래 학습 가능성을 열어두고, 권리자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자신의 통제권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권리는 복제를 막는 금지에서 학습을 거부하는 신호, 데이터셋 요약을 확인할 권리, 시장 피해를 주장할 수 있는 절차적 위치로 재구성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작품의 유일성이 아니라, 권리 행사의 부담이 누구에게 놓이는가다.
라이선스 시장의 형성이 셋째 증거다. 권리자와 AI 기업 사이의 라이선스 계약과 전략적 제휴가 늘면서, 저작권은 점점 더 소송의 무기이자 협상의 지렛대로 기능한다. 플랫폼이 시장을 없애기보다 재편하듯, 저작권도 복제를 봉쇄하기보다 누가 어떤 조건으로 학습 데이터 시장에 참여하는지를 분배하는 장치가 된다. 권리의 가치는 복제를 막는 능력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위치, 데이터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지위, 산출물 시장에서 자신의 이름과 기여를 유지할 수 있는 귀속 구조에서 나온다.
세 증거를 종합하면 권리의 보호 대상이 분명해진다. 복제 통제 가능성이 약해진 뒤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작품의 단독성보다 시장에서의 위치이고, 작품과 사람을 잇는 귀속이다. 이 진단은 권리를 사회적 분배의 문제로 번역하려는 시도, 예컨대 AI 시대의 생산 원천을 사회적 권리로 다시 쓰려는 제도 구상과 같은 평면에 놓인다. 저작권은 이미 사실상 분배 제도로 작동하고 있으며, 남은 질문은 그 분배를 어떤 원리로 설계할 것인가다.
세 가지 반론¶
이 논제는 세 가지 반론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반론은 복제가 여전히 핵심이라는 것이다. 출력물이 원작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면 지금도 복제 침해가 성립한다. 독일 GEMA 대 OpenAI 사건처럼, 모델이 보호되는 가사를 기억하고 출력에서 인식 가능한 형태로 재현한 사안에서는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NYT 대 OpenAI 소송의 출력 재현 주장도 같은 자리에 선다. 따라서 복제 통제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반론이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복제 개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글의 주장은 복제 개념의 폐기가 아니라 복제 개념의 지위 이동이다. 출력물 침해, 암기, 실질적 유사성, 무단 배포, 불법 취득은 여전히 저작권의 강한 작동 지점이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핵심 갈등은 단순한 원본-복제본 비교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학습, 가중치, 잠재적 재현 가능성, 시장 대체, 데이터 취득 경로가 함께 들어오는 순간, 법은 복제 여부를 확인한 뒤 다시 시장과 귀속의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복제는 여전히 입구다. 다만 그것 하나만으로 전체 질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둘째 반론은 인간 저자성 요건이 원본과 저자의 범주를 지킨다는 것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전적으로 AI가 생성한 산출물의 저작권성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 저자성을 보호의 토대로 유지해왔다. Thaler 사건에서도 인간 저자성 요건은 중요한 기준으로 확인되었다. 상세한 프롬프트의 선택만으로는 보호 가능한 저작물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같은 흐름에 있다. 이 관점에서는 원본과 저자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 사실은 글의 논제를 약화시키기보다 보강한다. 산출물 자체가 보호의 중심이 되지 못할수록, 보호는 인간의 기여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귀속 문제로 이동한다. 누가 발상했는가, 누가 선택했는가, 누가 수정했는가, 누가 최종 형식을 결정했는가가 권리 판단의 핵심이 된다. 프롬프트 작성자를 부분적 작가 위치로 재정의하는 작업이 보여주듯, 문제는 작품이 복제되었는가에서 누구의 어떤 기여에 권리를 귀속시킬 것인가로 바뀐다. 인간 저자성 요건은 원본을 지키는 방벽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귀속을 분배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셋째 반론은 이것이 미국·영국·유럽 일부 판례와 제도에 한정된 진단이라는 것이다. 관할마다 경로가 다르다. 영국은 관할과 침해 복제물 개념을 중심으로 판단했고, 미국은 공정이용과 시장 피해를 중심으로 분석했으며, 유럽은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와 옵트아웃, 투명성 의무를 통해 제도적 절차를 만들고 있다. 독일 판결은 암기와 출력 재현의 책임을 더 강하게 본다. 따라서 하나의 보편적 결론을 성급히 만들 수 없다는 반론이다.
이 반론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글은 단일한 세계 법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로가 공통으로 드러내는 이동을 본다. 어느 관할도 생성형 AI 문제를 단순한 복제본 적발의 문제로만 처리하지 못한다. 모두 쟁점을 시장 피해, 권리 유보, 취득 경로, 투명성, 인간 기여, 출력 재현, 귀속 같은 좌표로 확장한다. 경로의 차이는 진단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복제본 중심 저작권이 생성형 환경에서 여러 방향으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저작권은 시장과 귀속을 분배하는 제도로 자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복제 통제 가능성이 약해진 뒤, 저작권이 실제로 보호하는 것은 원본이나 복제본의 순수한 단독성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 접근과 귀속의 분배다. 법은 복제본을 가중치에서, 출력에서, 잠재적 재현 가능성에서 찾으려 했고, 그때마다 시장 피해, 취득 경로, 투명성, 인간 기여, 권리 유보의 문제로 이동했다. 그 이동은 저작권이 이미 사라진 대상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것을 분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인정은 정당성 질문을 다시 세우게 만든다. 더 이상 물어야 할 것은 복제를 금지할 권리가 추상적으로 정당한가에 그치지 않는다. 물어야 할 것은 누구에게 어떤 시장과 어떤 귀속을, 어떤 부담 배분으로 할당할 것인가다. 학습을 옵트아웃으로 둘 것인가 옵트인으로 둘 것인가. 거부 표시와 시장 피해의 입증 부담을 창작자와 AI 기업 가운데 누가 질 것인가.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을 어디까지 강제할 것인가. 면책되거나 허용된 학습으로 형성된 가치를 원천 창작자에게 어떤 형식으로 되돌릴 것인가. 인간 기여의 어느 층위에 권리를 귀속시킬 것인가. 이것들이 저작권의 새 정당성 좌표다.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은 흔히 예술과 원본성을 지키는 싸움처럼 제시된다. 그 자기 이미지는 복제가 희소하고 원본이 고정되어 있던 시대의 유산이다. 생성형 AI는 이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학이 원본의 수호에서 해석 가능성의 조건으로 작업을 옮겨야 했듯이, 저작권도 원본의 수호자라는 자기 이미지를 내려놓고 시장과 귀속을 분배하는 제도로 자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같은 기술 환경이 미학과 법에 던진 두 얼굴의 요구다. 저작권이 이 요구에 응답할 때, 그것은 사라진 복제본을 지키는 낡은 권리가 아니라 새로운 분배를 설계하는 제도로 자기 시대에 남는다.
이어 읽기¶
- 원본 없는 시대의 미학 — 같은 기술 환경이 미학에 던진 요구. 원본성·아우라가 무력화된 뒤 미학이 해석 가능성의 조건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다룬다.
- 프롬프트는 작가인가 — 인간 저자성 요건이 작동하는 자리. 작가성을 발상·실행·선택·형성·귀속으로 분해해 귀속의 문제로 다시 묻는다.
- AI 국민배당은 AI 시대의 생산 원천을 사회적 권리로 번역하는 제도다 — 권리를 사회적 분배로 번역하는 제도 구상. 저작권의 분배 기능을 더 넓은 분배 정의의 틀에서 본다.
- 플랫폼은 시장을 없애지 않았다 — 시장을 없애기보다 재편하는 장치로서의 기술. 저작권이 시장 분배의 지렛대가 되는 맥락을 보강한다.
작성 정보¶
초안 작성: Claude · Claude Opus 4.8 · Max Adaptive Thinking
검토·개고: ChatGPT · GPT-5.5 Extended Thinking
참고자료¶
- Statute of Anne (1710), An Act for the Encouragement of Learning
- Feist Publications, Inc. v. Rural Telephone Service Co., 499 U.S. 340 (1991)
- Walter Benjamin,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 (1935). [한국어판: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최성만 옮김, 길, 2007]
- U.S. Copyright Office,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2: Copyrightability (2025년 1월 29일)
- Thaler v. Perlmutter, D.C. Circuit (2025년 3월)
- Bartz v. Anthropic PBC, No. 24-cv-05417 (N.D. Cal., 2025년 6월 23일, Alsup J.)
- Kadrey v. Meta Platforms, Inc., No. 23-cv-03417 (N.D. Cal., 2025년 6월 25일, Chhabria J.)
- Getty Images (US) Inc & ors v. Stability AI Ltd [2025] EWHC 2863 (Ch) (2025년 11월 4일)
- The New York Times Co. v. Microsoft Corp. et al., S.D.N.Y., No. 1:23-cv-11195
- GEMA v. OpenAI, Munich Regional Court I (2025년 11월 11일)
- Directive (EU) 2019/790, Article 4
- Regulation (EU) 2024/1689, Article 53
- European Commission, General-Purpose AI Code of Practice 및 학습 콘텐츠 요약 관련 자료
인포그래픽¶

작성일: 2026년 6월 2일